[후암소품집]보통의 동네라서, 후암동이 좋다 | 소월길 밀영의 김규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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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이 좋아, 잘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 후암동이 좋아, 아내를 설득해 살림집을 후암동에 얻었다. 후암동이 좋아, 이것저것 만들어간다. 취재를 위해 소월길밀영의 주인이자 홍보부장인 김규완님을 만났다. 소월길 밀영은 개인작업실 같은 분위기의 카페다. 카페 분위기에 걸 맞는 음악이 흐르고 옛 후암동 지도와 지금의 후암동 풍경이 그려진 일러스트, 후암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짐작할수 있는 포스터가 벽면 가득 붙어 있다. 카페인지, 후암동 마을활동가의 작업실인 지 혼동을 준다. 그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청했다. 조심스럽게 갈구하듯이.


후암동과 인연을 쌓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원래 인천이 집이었어요. 직장생활 초반까지 인천에서서울로 출근하게 됐죠. 2000년쯤인가 외근으로 나왔다가그때는 83-1번 버스인데 지금 402번이에요, 그 버스를타고 소월길을 지나가는데 밑 에도 동네가 있더라고요. 무심결에이동네를다시한번찾아왔는데,서울같지않는분위기를 느꼈어요. 2001년에 자취했다가 직장을 분당으로옮기면서 잠시 분당으로 출퇴근을 했고, 결혼하게 되면서2003년에 신혼집을 여기 후암동으로 알아보고 있었어요.그때는여기엔집이없어서해방촌어느공방뒤쪽빌라를얻었죠. 그러다가 중간에 잠깐 2년 동안 분당에 내려갔다가 다시 후암동으로 돌아왔어요. 분당은 살기 좋죠, 문화시설, 정리 정돈된 자연 등등......, 편하죠. 그런데 공간적인 것이나 사람들이 왠지 세보여요. 생활비도 비싸고 값비싼 유기농제품들을 팔죠. 노점상이나 트럭과일장수는 못들어오게 하죠. 음, 정서적으로 저랑 맞지 않았어요,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부분이 저랑 맞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소월길 밀영 카페는 어떤 카페인가요?

-2006년에 신혼살림집을 얻고 쭈욱 살다가 2013년에,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제과를 하다가 여기에 가게자리가 나왔더라고요. 아내는 쉬고 있었던 상태였고 언젠가 카페를열고싶었거든요.크게하면크게망하는데작게하면망해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전망도 좋아서 여기를선택했죠. 초반에는 와이프를 도와주는 격이었어요. 가게를연지는4년이되어가요,공방을따로연시기는2년전쯤이고요. 카페와 공방을 다 같이 밀영이라고 불러요. 밀영은 아내이름이 미영인데, 부르기 밋밋해서 꿀밀, 달콤할 밀, 밀가루 밀이 있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아내 애칭이랑 제가 좋아하는 소월길을 따와서 소월길 밀영이라 지었어요. 메뉴판도 1년이 지나서야 만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부족한 것이 많은데 손님이 찾아주신걸보면신기하고고맙네요.공방을열기전까지는여기서강습도하고차도마시고그랬어요.그래서어떤손님은 시끄럽다고 나가신 적도 있어요. 지금에서야 구색을갖춰나가고 있는 거죠, 공방에서는 쿠키강습도 진행하고있어요. 예전에 비해 손님도 늘었지만 가게에 충실하려고해요. 작년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온라인으로 판매도 하고 있어요.

여러 모임을 진행하시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모임들이 있었나요?

-살림집과 공방을 한 빌라에 얻었어요. 1층은 공방, 2,3층은 살림집이예요. 예산이 부족해서 직접 페인트칠도 했어요. 2층은 서재고 모임 같은 것을 하기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옥상 전망이 좋아요. 후암동이 내려다보이고 감시하기 좋고요. 하하

처음에는 카페공간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공동체 모임을 생각했어요. 드로잉강좌를 처음 시작해 1년정도 꾸리고 있는데 빌라 옥상에서 그림도 그리고 반응이 좋았어요.또,손님중요가선생님이먼저제안하셔서빌라옥상에서요가를 시작했어요. 10명 모두가 자영업자이다보니 따로시간내서 운동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지인 중에 월드뮤직칼럼니스트 아는 분이 계셔서 제3,4세계 음악도 듣고 같이디저트 먹는 그런 모임도 진행했어요. 그렇게 처음 가게를

열때에는티모임,영화모임등등네다섯개의모임을진행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그 사이에 동네나 인근 해방촌에 젊은 작가들이 예술활동도 하고요. 하지만 공동체모임을 여러개 진행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때도있어요.그래서제가잘하고좋아하는모임을운영하는것이스트레스도없고가장좋은것같아요.책모임은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계속하는 모임이죠.


요즘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지금은 후암동이라는 동네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지도만들기예요, 옛날부터 하고 싶었어요. 여기도 점점 바뀌고 있잖아요. 바뀌기 전에 옛날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요. 예전에는 후암동을 지키자는 사명감이란 게 있었어요.그런데지금은내가할수있는부분,어쩔수없는부분,다른사람이할수있는부분,이런것들을깨닫게되면서제가할수있는게지도가아닐까했죠.1940년대지도를보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나이 들어서 다른 사람이 2013년, 2016년 풍경을 기록에 남기면, 바뀐 모습과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을 찾을 수 있잖아요. 기록으로서 아카이브로서유익할것같아요.준비한지는3년인데자료,고지도같은것을찾아보고무엇보다제가그림그리는사람이아니라서 후암동을 세심하게 담아줄 작가분을 찾는 데 오래 걸렸어요. 이 지도가 완성되면 일종의 플랫폼이 생기는거예요. 그 위에 얹어질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요. 다이어리 형태로요, 후암동을 산책하면서 그 풍경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가고 메모도 할 수 있는 산책다이어리 콘셉트예요.요즈음 작가분이 취직해서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데 전화좀 해봐야겠네요. 흐흐흐.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규완님에게 후암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후암동은 동네죠, 동네긴 동네인데......, 보통의 존재라

는 책도 있잖아요, 보통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평균. 일률적인 것이랑 다르잖아요. 누구나 통할 수 있는 것,살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게도 마찬가지죠 뜨는가게도 있잖아요, 그런데 뭐 하나 시키고는 먹지도, 즐기지도 않아요. 그저 사진 찍어서 SNS활동을 하는 손님들이찾는 그런 가게요. 그런 가게는 2,3년 후엔 없어지기도 해요.그래서오래가는것들은이유가있고의미있는가게라고 생각해요. 남는 것들의 중요한 가치를 ‘보통’이라고 생각해요. 후암동은 서촌이랑은 또 다르죠. 서촌은 역사가 있고 기품이 있어요. 그래서 서촌에 비해 후암동은 뭐랄게 없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타이완을 좋아해요 거기 사람들의 활력 있으면서도 순한 느낌? 일본,홍콩, 중국 다 섞어놓은 느낌인데 우리나라 세운상가와 같은 허름하고 큰 건물이 도심한복판에 남아있고 막상 거길가보면, 그 안에는 빈티지하고 세련된 가게들, 옛날 것을고쳐쓰는모습들이좋았어요.그게왜좋은지,딱히설명할수있는것은없지만그것들을공감하는사람들이있어요. 그래서 후암동은 보통의 동네다. 





보통은 지루할 수 있다. 보통의 것들은 너무 많으니까, 특별해 보일 것 같지 않아서.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 특이한 것을 찾아 힙한 곳을 헤매나보다. 그런데 이와 달리 비범한 것들 말고, 익숙한 것,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비범한 것들을 갈구하다가 소비해버리는 행태를 거부한다. 오래도록 간직할 만한 것들, 평범함이 주는 마음의 여유를 선호한다. 그들은보통의 존재들을 갈구한다. 김규완 님이 말하는보통의 동네, 후암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후암동이란 동네를 물어보면, ‘그냥 동네야!’라고 말할 수 있다.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참 맞다.

* 지도작업 이미지는 김규완님께 허락을 받고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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