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시간여행을 위한 통과게이트, 후암동 골목길


후암동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여행을 위한 통과게이트, 그 곳을 통과하면, 잔잔해서 지루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알게될거야, 네 마음 한 켠이 편해지고 있다는 것을.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해보겠지? 

지금은 사라지고, 때론 버리기도 했던 것들, 그런데 지금은 없어서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고 살아가는데 후암동은 그 추억이란 것을 볼 수 있지. 너도 보게 될거야. 시간돋보기를 들고 찾아가봐.


1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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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진집

시대를 막론하고 빠질 수 없는 문화섹터가 있다면 바로 공포문화이다. 그리고 공포물의 주요무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학교가 아닐까? 학교 중에서도 '여고'가 최고의 아이템이다. 방과 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그날 밤 기이한 사건은 어김없이 일어나는데 요새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사건들이 속출한다. 그것은 여고생들의 예민한 감수성은 상상의 나래

를 펼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내 여고괴담시리즈의 스테디셀러를 뽑는다면, 여고괴담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일 것이다. 이 촬영지가 바로 후암동에 있다. 지금은 학교가 아니지만, 수도여고가 동작구 방배동으로 이전한 후 사실상 폐교가 된 공간이 촬영지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돌그룹, 빅뱅의 거짓말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지금의 수도여고는 서울시 교육시설관리사업소로 사용되면서 노후화 된 교사철거와 보수공사, 텃밭가꾸기, 담장벽화그리기사업을 시행했다. 그래서 촬영당시의 모습을 추적해야 할 정도로 다듬어진 모습이다. 2020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이 자리에 들어와 지금의 모습마저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때는 여고생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을 교정이었을 것이다. 학교 이전移轉에 따라 폐쇄, 철거, 신축의 과정을 거쳐 생명을 이어온 시간의 흔적을 앵글에 담아본다.

맑게 갠 하늘이 무심할 정도로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가시지 않았다. 촬영 시작과 마지막에 머물던 체육관 정문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동안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봄기운을 기다리는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외로움이 걸려있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앉은 이 벤치는 수도여고 시절, 소녀들이 앉아 있던 교정 벤치였는지, 사업소가 들어오면서 철거된 건물에서 나온 화강석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연유를 늘어놓기 바빴다. 그러다 종착점은이 벤치가 소명을 다하는 그 날까지 그 여고시절 소녀들이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그리고 담길에는 등하교로 소녀들이 가득 메웠던 시간이 남아있길 바랐다. 지금은 창고로쓰였던 교실은 잠시동안 사진작가와 동호회로부터 매력적인 촬영장소로 사용되었다. 전면의 우측 창문에 'BYE', 'BOOK'이라고 씌여 있는데 왠지 모르게 으스스하다.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도록 폐쇄시켰다.



처음에는 공포영화 촬영지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호기심을 발동했다. 그 호기심을 현장에서 해소해 보고픈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간의 흔적을 살펴보면서 그 호기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 호기심은 내가 아직 후암동의 이방인이기에 그런 것,촬영에 몰두할 때 쯤엔 모교를 찾은 수도여고 졸업생으로 변해 있었다. 당시 촬영폴더를열다가 지금 수도여고의 나무는 어떤지, 하늘빛에 비춰진 건물의 색은 어떤지 궁금해지기시작했다. 앞으로도 수도여고는 앵글에 계속 담을 듯 싶다.

* 수도여고 관련 정보와 옛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 생활문화자료조사자료와 건축물대장 및 기사를 활용하여 정리하였습니다.





Editor's Letter

시공감은 후암동의 감성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매거진 ‘후암탐구생활’을 선보입니다.후암동의 감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후암동’의 사람과 소통하고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공간과 풍경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후암동 안에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꽁꽁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공감하길 바라는 일이니 매우 당연한 이치입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골목과 집을 감상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점심을 해결할 겸 밥집을 찾아다니고, 아기자기한 책방과 카페 등 후암동의 얼굴을 구경하는 일에 푹 빠졌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직원들이 모여 후암동에 관련된 다양한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후암동을 공부하려고 서적과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죠. 이렇게 후암동을 알아가는 시간이 쌓였습니다.


새해맞이와 더불어 도시공감은 후암동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던 중에 그 하나로잡지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감 한 스푼, 열정 한 컵, 설렘 한 대접을 고루 섞어 ‘후암탐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목련이 필 무렵에 목표로 했지만 편집자로서 발 내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도시공감 식구들이 묵묵히 지켜봐 주지 않았으면 더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시간돋보기를 통해 후암동을 탐구했습니다. 그 때의 장소, 사람, 풍경을 들여다보고, 수집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잡지를 읽는 동안, 시간의 힘이 만들어 준 후암동의 사람, 공간, 풍경을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도시공감의 잡지가 어떤 얼굴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갈 지 두근두근 거립니다. 어떤 분들이관심을 가지게 되실 지 무척 궁금합니다. 후암동에 사는 사람, 후암동에서 일하는 사람, 후암동을 지나치는 행인들까지 저희 글과 사진이 좋은 기억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행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후암동의 어르신들, 꼬마, 청년이 기다리는잡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2017년, 완연한 봄꽃 그리고 봄비를 바라보며

편집인 이진화 드림


Publisher's Desk

후암탐구생활의 창간호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도시공감이 후암동에 자리 잡은지 만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후암동의 오래된 집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후암가록’, 마을에 작은 공유공간을 만들어가고자 시작된 ‘후암동 방 있읍니다’의 건넛방과 후암주방까지. 도시공감 나름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하며 마을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끝에 닿은 것이 바로 마을잡지, ‘후암탐구생활’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모아 싣고자했고 마을잡지를 펴낸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지만,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계간으로 춘삼월에 발행호를 내려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뜨거운 여름을 턱밑에 두고서야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첫 걸음을 막 떼었기 그 다음 걸음 걸음은 조금 쉬이 디딜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작은 마을잡지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힘만으로는 여기까지오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느슨한 인연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사진촬영을 허락해준 관계자 분들 덕분에 따끈따끈한 창간호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앞으로도 더 많은 후암동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후암동 탐구생활이 되길 바라봅니다. 끝으로 뱃속에 무럭이를 품고 발행을 위해 애쓴 이진화 편집장과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편집장을 도와준 이석형 사원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건강하게 태어난 무럭이의 소식도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후암탐구생활을 통해 후암동의 마을살이가 조금이라도 풍부해질 수 있기를 꿈꿔 봅니다.





발행인 이준형 드림


참여를 기다립니다.

도시공감은 사진집과 후암감상문은 후암동에 애정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 중에 후암탐구생활에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진집

후암동의 사람, 물건, 장소, 풍경 등을 담은 사진 몇 장과 사진에 관한 설명을 자유롭게 적어 보내주세요.


후암감상문

후암동을 주제로 한 그림, 시, 사진,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느낀점을 자유롭게 적어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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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처

도시공감협동조합 서울특별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53-4후암주방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로35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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